본문 바로가기

삶의 길목......간이역311

착한 그녀 집 앞에 있던 2층짜리 연립을 재건축하면서 4층짜리 빌라가 들어선지 17 년이 되어간다 전에 살던 연립 사람들이 더러는 가까이 더러는 멀리 떠나버린 뒤 새로 터전을 잡아 살고 있는 사람들 이웃 간의 정이 도타웠는지 도시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을 연출했다 더운 여름이면 이른 아침부터 커피 타임을 즐기고 평상에 모여 앉아 정겨운 담소를 나누며 무더운 긴 여름을 보낸다 그 중 한 사람 정수 씨 그녀의 모습은 이마에 나 착해 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인상이 한 없이 착해보였다 말 수도 들릴 듯 말 듯 조용조용 했다 그런 그녀를 정형외과 병원에서 마주쳤다 허리랑 등이 아파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닌다고 했는데 몇 달이 지나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뒤 늦게야 대학병원에 가서야 췌장암에 걸렸다는 걸 .. 2023. 7. 25.
비, 잠시 소강상태 비, 잠시 소강상태 악수 같이 퍼 붓던 비가, 지두 힘이 들었는지 잠시 쉬는 중이다 저 아랫녘은 지금도 끝임 없이 내리고 수해지역 에선 복구에 전력투구 중이고 실종된 사람들과 많은 사망자들로 인해 마음이 아리다 해 마다 장마는 오건만 사망 사고 소식은 끝없이 이어진다 자연재해도 있고 인재로 인한 사고도 있고... 창밖으로 보이는 맑은 하늘에 뽀얀 구름이 떠 있다 잠시 느끼는 순간의 한가로움이 사치스럽단 생각이 든다. 2023. 7. 19.
안과에 다녀 오며 > 안과에 다녀오며 어제부터 눈에 이상신호가 왔다 눈에 이물질이 낀 것처럼 깔쭉거리는 게 영 불편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자세히 보니 희끄무레한 것이 눈에 박힌 것이 보였다 아 하 범인은 요 눔 이었구나 서둘러 안과엘 가서 확인한 결과 눈썹이 까만 눈동자에 가로 질러 박혀있었다 눈을 비벼 상처까지 나서 물약과 연고를 바른 뒤 안대를 했다 잠자기 전에 벗으라는 당부를 듣고 집으로 오는 길 한쪽 눈으로 보려니 또렷이 보이질 않고 헛디뎌 넘어질 것만 같았다 조심조심 하면서 간신히 집으로 오며 앞 못 보는 이들은 어찌 사나 그들의 고충을 돌아보게 됐다 그러게 당해봐야 안 다는 말이 딱 맞다. 2023. 7. 5.
빨래를 하며 겨우내 내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던 이불을 빨았다 큰 함지박에 넣어 발로 빨았던 번거로움을 용량이 큰 세탁기로 바꾸니 힘 한 푼어치 안들이고 수월하게 세탁을 하면서 이 세상 발명품 중 주부들에게 크나큰 공헌을 한 알 수 없는 분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는 날 일찌감치 온 더위로 볕조차 이글거리니 적당히 불어대는 바람결 타고 너울대며 뽀송뽀송 잘 마르겠다 단독에 사는 장점 중 하나 옥상이 있어 빨래 널기는 그만이다 건조기가 있다고는 하나 자연바람과 햇볕을 따라잡기는 어림도 없다 빨래를 널고 자판을 톡톡~ 적당이 부는 바람을 느끼며 갈색 향기를 야금야금 음미하는, 주어진 달콤한 일상이 잔잔한 행복으로 다가온다. 2023.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