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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노루귀 봄,그 서막이다//유승희 삭막하고 을씨년스런 장막을 걷어내고 봄바람이 길을 낸다 동토는 굴우물속물을 축축이 길어 올려 녹녹한 대지를 만들기 여념이 없다 서슬 퍼러니 날 세웠던 햇살은 한풀 꺽여 노릇노릇 다사롭게 온누리에 내려앉고 겨우내 깊이깊이 숨어서 키운 봄 봄빛 보드랍게 사운대는 고즈넉한 산자락 돌틈 비집고 봄맞이 나선 꼬마 요정들 꼬물꼬물 여린 몸짓으로 앞 다퉈 일어서면 온세상 왁자지껄 꽃들의 잔치에 어질어질 멀미나는 환장할 봄, 서럽도록 아름다운 봄, 그 서막이다. May It Be · Enya 2019. 4. 7.
변산바람꽃 겨우내 가만가만 숨죽여 흐르던 강 흐르르 풀려 겹겹이 꿈틀거리며 너울너울 흘러가고 점점이 익어가는 햇살 바라기 하며 버썩 마른 수양버들 바람에 낭창대며 새순 틔우느라 분주하다 멀어져가는 한계절의 끝자락 살갑게 부르는 살랑바람소리에 산골짝 바위 틈새 비집고 봄나들이 나.. 2014. 3. 19.
봄...11 봄...11//유승희 입춘 지나 오래건만 때 아닌 눈이 나려 실눈 살포시 뜨려던 나목들 부르르 몸을 떨어도 빈가지 끝에 앉아 우는 새소리는 봄을 부르는 찬가 온화한 바람 살며시 쉬어가는 양지쪽엔 파릇이 잎이 돋아나고 봄빛 찾아 발서슴하며 허둥허둥 달려온 골짜기 양지바른 돌 틈 사이 핀 여리데 여린 야생화 방그레 미소짓는 봄. Chopin - Waltz Op.64 - Number 2 " Chopin - Waltz Op.64 - Number 2" 2014. 3. 9.
봄...10 봄...10//유승희 아지랑이 허겁지겁 서둘러 오는 산모롱이 노리끼리 햇살도 덩달아 동동 거리고 바람은 한결 온화하다 겨우내 꽁꽁 숨어 있던 생명체들은 꼬물꼬물 달싹달싹 고개를 쳐들고 칙칙했던 나무들은 언 땅 물을 어렵사리 길어 올려 싹 틔울 채비를 서두른다 밍기적거리며 앙탈을 부리는 겨울 끝자락 마뜩잖은 바람할미 잔뜩 째푸리고 심통을 부릴지언정 그래봤자 머잖아 앞다퉈 곱디고은 옷으로 치장을 하리라 말간 하늘과 순한 바람 벗 삼아 허한 가지 끝에 머물던 새들도 유난히 재재불 거리는, 이 봄엔 왠지 어쩌면 이 봄엔 모두의 가슴 가슴마다 벼르고 별렀던 희망이 기지개를 펴는 봄이 될게라고.. Barcarolle No. 2 in G Major, Op. 41 · Kathryn Stott " Barcarolle N.. 2014.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