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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311

꽃 사과나무 39 년 전 신축한 집으로 이사를 왔을 때 옆집과의 사이 담벼락 밑에 꽃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봄이면 꽃이 피고 은은한 향기도 풍겨주곤 했다 가을엔 작은 열매가 닥지닥지 달리는데 아들아이 친구가 사는 인수네 마당으로 떨어지곤 했다 내 집 나무 열매가 옆집 마당에 떨어졌으니 미안한 마음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쓸고는 했다 해 마다 가을이면 그 짓을 하려니, 또, 인수 엄마한테도 미안하고 하여 종당엔 시아버님이 싹 뚝 베어버렸다 꽃 사과나무를 찍으며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인수 네가 생각났다 아~ 그러고 보니 인수 동생은 그 후 연예인이 되어 가수 활동도 하고 홈 쇼핑 매니저도 하고 건장하고 잘 생긴 뮤지컬 배우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 2024. 4. 26.
보리수 꽃은 피었건만 여지없이 봄은 찾아들어 그녀의 집 마당에 잘디잘게 핀 보리수꽃을 담밖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손가락을 꼽으며 정확히 세어보니 39 년 전 울 집 고 녀석 6 살 때 동갑인 그녀와 나는 2 달 간격으로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이웃으로 살아왔다 시장도 같이 다니고 이웃해 살다 이사를 간 지인의 집들도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고 가끔씩 그녀의 집에 놀러가서 수다도 떨고 그렇게 긴 세월을 함께 했다 사람의 일은 모른다지만 건강은 장담하지 못한다지만 지인들 중 가장 건강하고 단단했던 그녀가 나날이 안 좋아지는 경과에 앞으로의 결과를 예상은 했지만 나이 듦에 찾아든 불청객으로 인해 몇 년을 시난고난 지내다가 요양병원에 입원을 해야만 했다 타지에서 근무하던 아들이 휴가를 내어 입원 시키러 온 날 아들아이의 얼굴을 본.. 2024. 4. 17.
스타 의상실 유월 숲처럼 청청했던 그 때 집 근처에 샘 의상실이 있었다 기성복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의상실에서 옷을 맞춰 입었다 비치되어 있는 옷감으로, 때로는 동대문 시장에 가서 감을 떠다 수공을 주고 맞췄다 치수를 재고 가봉을 하고 며칠 걸려 옷이 완성되면 찾으러 갔다 지금이야 백화점에 가면 기성복이 널널하고 TV만 키면 홈 쇼핑에서 옷을 비롯해 오만가지를 다 팔고 있다 인터넷을 켜도 옷을 살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음이다 아날로그 세상을 산 나로썬 디지털 세상의 빠른 속도에 그만 현기증이 날 정도다 엣 풍경을 보면 반갑고 정겹기 그지없다 그래 그 때는 이랬지 순수의 시대였는데 아슴아슴 해져 가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세월 저 너머를 그려 본다. 2024. 3. 1.
약속다방 경복궁 국립박물관 옆에 옛 거리를 조성해 놓았다 눈에 익은 정겨운 모습들 여기 저기 기웃기웃 거리며 셔터를 누르는 손길이 바쁘다 약속다방에 들어서니 그 옛날 다방과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해 놓았다 뮤직박스 에선 송창식의 노래가 잔잔히 흐르고 찾아든 사람들을 위해 커피도 마실 수 있게 한쪽에 준비되어 있다 따끈한 커피를 한 모금 두 모금 음미하며 눈물 나게 그리운 날들의 오랜 기억과 추억들을 소환해 본 의미 깊은 순간 이었다 2024. 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