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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에세이115

비애 [悲哀] 모짝모짝 모여 수런대고 있는 할미꽃을 보다 시장 다녀오며 운동하려고 이따금 들리는 공원에서 만나는 초로들이 생각났다 봄, 가을이면 따뜻한 햇살 바라기 하고 땡볕 한 여름엔 해가 진 저녁나절에 엄동설한 겨울에도 변함없이 햇살 퍼진 한낮에 스치로폼을 방석 대용으로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연속극 본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신다 외로움에 지친 홀로의 시간을 너와 나 함께 라는 공동체에서 허기짐을 채우시는 걸게다 청청했던 젊은 날엔 안개 낀 것처럼 희미했던 미래가 나이 듦에 있어서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세월을 앞서가는 초로의 모습들이 명확하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하매 또렷한 정신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두 발 자가용 성성할 때 바지런히 싸다니며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음악도 듣.. 2024. 3. 27.
구름산 노루귀 2 사진을 처음 하면서 니콘D200으로 시작했다 얼마 후 니콘 D700으로 갈아탔는데 지난 사진들을 보면 D200으로 찍은 사진들이 훨씬 좋다 떡 못 찌는 사람이 안반만 나무란다고 기종을 탓 할만도 아니다 아니면 세월이 그만큼 흘렀음에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흔들림을 방지하는 기구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손 각대로 찍으니 흔들릴 때가 많다 풍경사진은 약간의 흔들림이 있어도 구도만 잘 맞추면 그런대로 볼만 하지만 꽃 사진은 특히 야생화는 구도 뿐 아니라 흔들림이 있으면 안 된다 사진을 찍고 렌즈로 볼 때는 하나 같이 예쁘고 그렇건만 집에 와 확인해 보면 허점투성이다 모든 분야가 그러하겠지만 사진에 있어서 결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냥 그 날 하루 사진을 담으며 속된 말로 스스로 자뻑에 빠져 행복한.. 2024. 3. 19.
봉은사 홍매화 진사들 사이에서 홍매화하면 양산 통도사 홍매화가 단연 으뜸으로 뽑힌다 사진을 시작하기 전 남의 사진으로 글을 쓸 때 22 년 전 진사들을 따라 통도사엘 갔었다 사찰 앞마당에 핀 한 그루 매화나무를 찍으러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사진을 하기 전엔 그들의 심정을 몰랐다 그 먼 거리를 머다 않고 찾아오는 심정을... 그 후 사진을 하면서 봉은사 홍매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거의 해마다 그곳을 찾는다 봄 햇살이 담방담방 귓불을 스치던 다사로운 봄날의 유혹에 바지런한 발걸음으로 봉은사를 향했다 바람결에 전해지는 고혹적인 매화의 향기에 코 평수 발름대며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해 마다 전지를 하는지 기와 지붕위로 늘어진 매화꽃 가지를 담기가 어렵지만 가짜이서 홍매화를 담을 수 있는 행운을 어찌 감사하지 않을 .. 2024. 3. 15.
뽀루봉 들바람꽃 신 새벽 서둘러 야생화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나선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까 또, 그 자리에 피어 있을라나 식구들이 많이 늘었을까 가는 내내 궁금증 보따리가 빵빵해지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리 저리 둘러보며 그림이 될 만한 아이들.. 2019.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