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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착한 그녀

by 비 사랑 2023. 7. 25.
집 앞에 있던 2층짜리 연립을 재건축하면서 4층짜리 빌라가 들어선지 17 년이 되어간다 전에 살던 연립 사람들이 더러는 가까이 더러는 멀리 떠나버린 뒤 새로 터전을 잡아 살고 있는 사람들 이웃 간의 정이 도타웠는지 도시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을 연출했다 더운 여름이면 이른 아침부터 커피 타임을 즐기고 평상에 모여 앉아 정겨운 담소를 나누며 무더운 긴 여름을 보낸다 그 중 한 사람 정수 씨 그녀의 모습은 이마에 나 착해 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인상이 한 없이 착해보였다 말 수도 들릴 듯 말 듯 조용조용 했다 그런 그녀를 정형외과 병원에서 마주쳤다 허리랑 등이 아파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닌다고 했는데 몇 달이 지나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뒤 늦게야 대학병원에 가서야 췌장암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방법을 해보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쳐 몇 달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아들은 멀리 뉴질랜드에 살고 두 부부가 살다 혼자된 남편은 꽃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빌라 한 옆에 큰 함박에 연을 심어 여름이면 꽃이 핀다 두 발 자가용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에 관곡지 까지 가려면 불편해서 아쉬운 대로 해 마다 여름이면 함박에 핀 연꽃을 찍는다 언젠가 카메라 셔터 음 소리에 창문을 내다보며 <언니 옥상에는 더 많아요>하던 그 녀 연꽃을 담으며 착하디착한 그녀가 생각났다 새로운 터전 그 곳에선 아픔 없이 행복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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