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곱게 물든......秋114 가을인 게여 가을인 게여//유승희 딱히,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트랜치 코트 걸치곤 어깨에 가방 달랑 메고 기차역 창구 앞을 기웃기웃 댄다면 가을인 게여 휑뎅그리 빈 들판에 서서 너덜대는 옷 걸친 채 삐죽 서 있는 허수아비 보곤 괜한 외로움에 눈가 축축해지면 가을인 게여 우수수 날리는 노오란 은행잎 한 잎 주워 책갈피에 눌러놓곤 누군가에게 보내고픈 사연을 가득 담아 우체국으로 가뿐가뿐 흥견 발걸음 향한다면 가을인 게여 틈새 끼어 애달피 우는 귀뚤이 소리에 설핏 잠깨어 휘영청 달빛에 긴 밤을 뒤척인다면 가을인 게여 2010. 10. 2. 가을 기도 가을 기도//유승희 새의 깃털처럼 가벼이 오만 잡생각 다 아 비워 낸 검불 하나 없는 텅 빈 가슴으로 강으로, 들로, 산을 끼고 돌다 가을 코스모스 하들 대는 한적한 간이역에 멈춰서는 열차를 타고 길을 나서야겠다. 동실대는 갈 볕에 알알이 익어가는 들녘 길 나붓나붓 걷다 강기슭 갈대밭에 노을빛 .. 2010. 9. 29. 가을의 문턱 지리했던 긴 여름동안 내내 방콕을 했다가 오랜만에 나선 들길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엔 전쟁의 상흔 같은 생채기로 얼룩져 있었지만 가을의 문턱에서 노오라니 익어가는 벼 나락에 함초롬히 내려앉은 아침 이슬이 싱그럽다 James Last Orch - Over Valley And Mountain 2010. 9. 8. 바람이라면 좋겠어 바람이라면 좋겠어//유승희 가을이 깊어가 단풍잎이 붉게 물들고 은행잎이 노랗게 거리를 수놓고 있어 스산한 갈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스치고 가곤 해 당신이 보고 싶어 문득 바람이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 당신이 들길을 걸을 때 마른 낙엽 냄새 바람에 실려 코끝을 스치거든 당신이 하.. 2009. 3. 28.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