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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330

잊여져가는 것들에 대한 단상 수원 지동에 살던 초딩 이학년 되던 해 4.19 혁명이 일어났다 남문 지서 앞에 학생들이 던진 돌 더미가 쌓였다는 둥 사람이 죽었다는 둥 소문이 분분했다 어린 나는 한 동네 사는 동무랑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불안에 떨며 소곤댔었다 부모님의 대화를 귀동냥해 들으면서 이기붕이가 누구며 .. 2010. 4. 20.
병원에서 병원에서//유승희 겨울이면 찾아오는 반갑잖은 손님 역류성 식도염 그 눔을 겨우 내내 좇아내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며 함께 동거를 했다 미식미식 마치 수태를 하면 나타나는 증상 인양 기분 나쁠 만큼 속이 미식거리고 쓴물이 올라온다 툭하면 먹은 게 얹히며 소화도 안 되더니만 친척 결혼식이 있.. 2010. 4. 18.
세월 앞에서 세월 앞에서//유승희 산다는 것은 늙어간다는 것 젊음이 끝나는 어느 날엔 가 갑자기 밀어닥친 별개의 삶처럼 당혹스러움으로 나의 삶이 아닌 듯 밀쳐 버리고 싶은, 거부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그렇게 다가온다 윤기 없는 피부 자꾸만 늘어가는 주름 머리 엔 흰 서리 내리고 이곳저곳 육신의 고통이 뒤따르고 한 때의 청춘은 어디로 갔는 가 나 아닌 나를 보는 듯 생소한 나의 모습 나이를 잊고 살자, 하면서도 빛나는 나이는 다 가버렸구나 하는 허망함, 허무함, 세월에 대한 야속함 내가 그런 시절을 정말 살았었나? 다시는 그 때를 살아볼 수 없는가? 허지만 어찌하랴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세월은 또 그렇게 갈 것이고 속절없이 늙어 갈 것을... 가는 세월 앞에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맞이.. 2010. 4. 12.
잔인한 4 월 얄팍해진 옷 섶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할미 심통도 누그러지고 적당 한 바람 다사로운 햇살에 꽃 봉우리 앞 다퉈 갖은 모양새 갖은 빛깔로 천지간에 숭얼숭얼 피어 사람들의 마음을 환장하게 만들고 눈을 황홀경에 빠트리는 이 아름다운 봄 4 월 이런 4 월에 미처 피지도 못한 꽃 봉우리들이 분단의 나.. 2010.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