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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잔인한 4 월

by 비 사랑 2010. 4. 8.

 

 

얄팍해진 옷 섶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할미 심통도 누그러지고 
적당 한 바람 다사로운 햇살에
꽃 봉우리 앞 다퉈 
갖은 모양새
갖은 빛깔로
천지간에 숭얼숭얼 피어
사람들의 마음을 환장하게 만들고  
눈을 황홀경에 빠트리는
이 아름다운 봄
4 월
이런 4 월에
미처 피지도 못한 꽃 봉우리들이
분단의 나라에 태어난 죄로
죽어서도 사랑하는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다 속에 스러져 갔다
이 땅에 태어난 남아라면 거의 누구나가 치워야할 
국방의 의무
의무가 아니라면 그 피 끓는 청춘의 황금기를 
과연 그 누구라 하여 그 길을 택할 것인가?
불의의 사고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자의로 인한,
또는 이렇다 할 해명조차 없는 죽음이 얼마나 많은가
고이 있다 부모 품에 돌아온다면야
남자라면 한번쯤 같다 올만 한 그 길을  
어느 부모가 마다하겠는가만
이렇게 가슴 칠 일이 부지기수니.. 
군 복무 기간 내내
아들 녀석 군에 보내고 기다리는 그 세월이 있었기에
가슴 졸이며 무사히 품에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부모들의 마음은 너나없이 초록은 동색이인지라
자식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그들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남아 있는 이들의 가슴에 꽂힌 대못은 
살아 숨 쉬는 날까지 형벌이 되어 폐부를 찌르지만  
우리는 내 일이 아닌 타인의 일이기에
세월이 흐르면 잊혀 지리라
어쩌면 그들은 그 것이 더 아픔이 될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지키다 스러져간 이 땅의 아들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엘리엇
그의 말대로 그들에겐 
또 지켜보는 우리에겐 
정말 잔인한 4 월이다.
한 사람의 인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세상을 달리한 영혼과 
그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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