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해진 옷 섶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할미 심통도 누그러지고 적당 한 바람 다사로운 햇살에 꽃 봉우리 앞 다퉈 갖은 모양새 갖은 빛깔로 천지간에 숭얼숭얼 피어 사람들의 마음을 환장하게 만들고 눈을 황홀경에 빠트리는 이 아름다운 봄 4 월 이런 4 월에 미처 피지도 못한 꽃 봉우리들이 분단의 나라에 태어난 죄로 죽어서도 사랑하는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다 속에 스러져 갔다 이 땅에 태어난 남아라면 거의 누구나가 치워야할 국방의 의무 의무가 아니라면 그 피 끓는 청춘의 황금기를 과연 그 누구라 하여 그 길을 택할 것인가? 불의의 사고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자의로 인한, 또는 이렇다 할 해명조차 없는 죽음이 얼마나 많은가 고이 있다 부모 품에 돌아온다면야 남자라면 한번쯤 같다 올만 한 그 길을 어느 부모가 마다하겠는가만 이렇게 가슴 칠 일이 부지기수니.. 군 복무 기간 내내 아들 녀석 군에 보내고 기다리는 그 세월이 있었기에 가슴 졸이며 무사히 품에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부모들의 마음은 너나없이 초록은 동색이인지라 자식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그들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남아 있는 이들의 가슴에 꽂힌 대못은 살아 숨 쉬는 날까지 형벌이 되어 폐부를 찌르지만 우리는 내 일이 아닌 타인의 일이기에 세월이 흐르면 잊혀 지리라 어쩌면 그들은 그 것이 더 아픔이 될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지키다 스러져간 이 땅의 아들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엘리엇 그의 말대로 그들에겐 또 지켜보는 우리에겐 정말 잔인한 4 월이다. 한 사람의 인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세상을 달리한 영혼과 그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