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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너는 누구냐

by 비 사랑 2010. 4. 3.




너는 누구냐?
으~~음
그게 그러니까 언제였지
내 귀 작은 동굴 속에 둥지를 튼 것이
녀석이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니
아~~하 한 칠팔년 되는가 보다.
원치도 않았던 그 놈은
막무가내로 비집고 들어와
처음엔 기차바퀴 굴러가는 소리를 내더니
점차적으로 다양한 소리를 내며 갖은 기교를 부려 댄다
파도소리, 주변 잡다한 모든 소리들이 한바퀴 소용돌이 치기도하고
임종의 순간을 알리는 기계음까지...무궁무진하다. 그야말로.....
아침에 기상을 하면
부지런한 놈은 함께 일어나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고
늦은 밤 잠 자리에 함께 든다
정말 끈덕지고 질기다
놈과 함께 생활하며
유명한 몇 몇 군데 병원을 찾았지만 헛수고
어느 날 신문을 뒤적이다 이명증에 권위자이신
모 대학병원의 선생님에 대한 기사와 병 치료에 대한 글을 읽고
선생님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나 또한 예외는 아는지라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무지몽매한 판단력으로
잠시 중단을 하며 약을 먹고 하며 하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그런데, 한 한달 전부터 미미한 두통과 어지럼증이 시작됐다
빈혈인가? 아님 머리에 뭐가 생겼나?
원래 이명은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머리까지 지근거리고 아프니 갖은 생각이 뒤따랐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아직 남은 약도 있었지만 발걸음을 재촉하며 집을 나섰다
증상을 듣고 하시는 말씀
“약에 문제가 있는 거 같으니 이번엔 다른 약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선생님 어지럼증과 두통에 시달리다보니 살도 2킬로나 빠졌어요.”
웃으면서
“일부러 살 빼는 사람도 있는데요. 뭐”
아니~~일부러 라~~ 고·라~~ 고라 꺅~~~내는 좀 뿔어야 하는디~~~ 
병원 셔틀버스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며
빗물이 흐르는 차창 유리에 비치는 괭한 모습
달팽이관에 이상이 있으면 손 쉽게 수술로 낳을 수 있으련만
슬그머니 귀로 향하는 손길
화려한 정열의 색채를 화폭에 담던 남자
자신의 귀를 잘라낸 반 고흐
그 남자가 비에 젖어 웃고있다.
야! 인석아
너는 언제쯤 내 곁을 떠날거니?
제발 좀 가라~~~
내도 좀 살 자아~~~(200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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