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보며//유승희 아늑하고 평온한 요람에 열 달 동안 고이고이 품어 11 남매를 낳았지만 낳는 족족 가슴에 대못을 치고 겨우 딸년 셋 남겨두고는 다시는 못 올 길 그 누구라 해도 따라 갈 수 없는 그 길로 참척의 아픔을 고스란히 떠안기고는 모질게 가 버렸단 거야 해서, 하 많은 세월을 뜨거운 눈물바람에 눈에 생기 하나 없이 희멀건 하던 할머니 양반가 따님답게 음전하고 요조숙녀에 현모양처셨든 너무 착하고 맹해서 시앗을 보고도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셨던, 할머니 허긴, 그 시대에 아들 봉사를 못하셨으니 당연지사였겠지만.. 누우렇게 색 바랜 자그만 사진을 주시면서 이다음 핼미 죽으면 보라시든, 함치르르 한 검은 머리를 동백기름 반지르르 발라 쪽지셨든, 내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 꽁꽁 언 겨울날에 핏빛 동백꽃 보며 나 어린 날에 따뜻한 사랑 듬뿍 주셨던 당신이, 너무도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