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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동백꽃 보며

by 비 사랑 2009. 12. 30.

 


동백꽃 보며//유승희 
아늑하고 평온한 요람에
열 달 동안 고이고이 품어
11 남매를 낳았지만
낳는 족족 
가슴에 대못을 치고
겨우 딸년 셋 남겨두고는
다시는 못 올 길 
그 누구라 해도  
따라 갈 수 없는 그 길로
참척의 아픔을 고스란히 떠안기고는 
모질게 가 버렸단 거야
해서, 하 많은 세월을 뜨거운 눈물바람에
눈에 생기 하나 없이 희멀건 하던 
할머니 
양반가 따님답게
음전하고 요조숙녀에 현모양처셨든
너무 착하고 맹해서 시앗을 보고도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셨던, 할머니
허긴, 그 시대에 아들 봉사를 못하셨으니 당연지사였겠지만.. 
누우렇게 색 바랜
자그만 사진을 주시면서
이다음 핼미 죽으면 보라시든, 
함치르르 한 검은 머리를 
동백기름 반지르르 발라 쪽지셨든,
내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
꽁꽁 언 겨울날에
핏빛 동백꽃 보며 
나 어린 날에
따뜻한 사랑 듬뿍 주셨던 당신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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