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극장 교직 생활을 청산하신 아버지께서 서울 서대문에 있는 농협중앙회로 이직을 하시는 바람에 수원에서 초등학교 4 학년 때 전학을 왔다 오빠 친구들은 경기 숙명 이화 등 내 노라 하는 일류 중학교를 갔지만 뺀질뺀질 지지리도 공부를 안 했던 나는, 이류도 아닌 삼류 중학교엘 들어갔다 담임선생님 말씀이 머리는 비상한데 노력을 안 한다고 하셨다나 뭐라나 암튼 기본 뇌가 돌아가서 인지 아님 닦달을 하며 복아 대는 큰오빠 때문인지 중학교 때는 상위권을 돌았다 전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오니 흐뭇해하시던 아버지께서 영화구경을 가자며 데리고 가셨던 화양극장 그곳에서 소피아 로렌 , 후랑크 시나트라, 케리 그란트가 나왔던 외화 자랑과 정열을 보았다 나폴레옹의 스페인침공을 맞아 집시인 시나트라와 소피아 로렌이 영국군 장교 케리 그랜트와 함께 이에 대항했던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가끔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눈에 띄곤 하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화양극장 지금이야 내 노라 하는 시설에 개봉관이 즐비하지만 그 시절엔 10 여 곳 밖에 안 되는 개봉관에서 상영한 영화를 재개봉관인 화양극장에서 상영하곤 했다 그 옛날의 모습은 간데없고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멀티플렉스에 밀려 머잖아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한다 창밖엔 겨울비가 오는둥 마는둥 자낙자낙 내리고 아스라한 추억이 꼬리를 물고 가슴 언저리를 파고 든다. 2009.12.25.
삶의 길목......간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