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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손톱을 깍으며

by 비 사랑 2009. 12. 11.

손톱을 깍으며//유승희
지퍼 속 작은집
올망이졸망이 다정스레 모여 있는 꼬맹이 들
슬그머니 내려다 본
식구들의 식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전담반이 
영 꼴이 말이 아니다
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녀석 하나 빼 들고
엄지를 시작해서
속살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남겨두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무차별 제거를 톡~톡~
껄끄러운 부분을 또 한 녀석을 꺼내 들고 삭~삭~ 
자~아 이만하면..
쭉 편 모양새라니 본때 없기는 
갸름하게 길러 반질반질 윤기 흐르는 예쁜 옷을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 불쌍한 것 같으니라고 끌~끌~
언제 어느 때고 필요하면 꺼낼 수 있게끔 갖고 다니기도 수월한
작고 귀여운 선물
그러면서도 많은 식구들이 오골 오골 
가격으로 치자면 야 얼마나 가랴만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해야겠단 마음과 함께
무엇을 할까 로 연결 되어지는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곤 했으리
작은 선물에 담긴 큰마음 씀씀이
선물의 의미를 얼굴 가득 미소 띠며
아주 작은 선물을 준비 했다며
올 한해 
안 좋았던 일 등등
잘라내고 싶은 건 잘라내라고 하던 말
그러면서 모난 마음 밭은 갈고 닦고 다듬어야겠지
지금껏
길 다면 긴 세월 동안 필요 없이 자라나는 신체의 일부분을 잘라내면서도
아이구~ 그세 이렇게 자랐네..이건 왜 일머리 없이 쉬 자라나 물러~
툴툴대며 아무 생각 없이 행해지던 그 작업이
일일이 포장을 하며 담아진 그녀의 정성과
귓전과 가슴에 전해온 한마디의 철학을 생각게 할 것이다.  
200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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