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목......간이역
병원에서
by 비 사랑
2010. 4. 18.
병원에서//유승희
겨울이면 찾아오는 반갑잖은 손님
역류성 식도염
그 눔을 겨우 내내 좇아내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며 함께 동거를 했다
미식미식 마치 수태를 하면 나타나는 증상 인양
기분 나쁠 만큼 속이 미식거리고 쓴물이 올라온다
툭하면 먹은 게 얹히며 소화도 안 되더니만
친척 결혼식이 있었던 토요일
온 몸이 쑤시고 한기조차 나
급기야 병원을 찾게 되었다
대기실 의자에 주~욱 앉아 계신 어르신들
얼굴엔 곱지도 않은 저승꽃이 흐들어지게 피어있고
엉덩이를 쑤~~·욱 내밀고 걸음걸이조차 부자연스럽다
진료를 끝내고 하나 같이 물리치료실을 향하신다
두런두런 하시는 말씀들도 맨 무릎이 어쩌구 저쩌구
아..! 정말 서글프다
나도 머잖아 저리 되고 말리라
태어나자마자 처음부터 저러한 모습이 아니요
탱탱한 젊음도 있었으니 세월이 흐름을 어쩌랴
이 어쩐 욕심 인고 자책을 하면서도
정말 서글프다
바람이 있다면 떠나는 그 날까지
내가 누군지 잊고야 마는 천하에 몹쓸 병,
또 큰 병 없이 살다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