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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엄마...사모곡

깊어가는 겨울밤에

by 비 사랑 2006. 1. 24.
깊어가는 겨울밤에//유승희
하 이얀 창호지
풀 발라 부치시며
국화잎 하나
멋스럽게 곁들이셨던
임이여!
이 겨울이 깊어갑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내야 할 날들이
점점 
짧아지는 날들을 맞이하며
원치 않는 
그 누구도 결코 원치 않는 세월을 맞이하며
가랑잎처럼 푸석거리는 얼굴
손금 보다 더 많이 생긴 삶의 고랑들
흰서리는 쌓여가고
뼈 마디마디는 기름이 온통 다 빠져나가 
목조 건물 낡은 계단을 밟는 소리마냥 삐그덕 댑니다 
뼈마디 사이로 스며드는 겨울바람
시리고 추운 건 비단 바람 때문만은 아니란 걸 알면서도 
바람 탓 인양 밉살스러워
눈자위가 하얗도록 치 뜨고 흘겨봅니다.
이렇게
당신께서 가셨던 그 길을 가며
이제야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그 세월을 먼저 지나치시며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서도
외로움의 허기로 
긴 밤을 지새우셨을 당신을...요.
당신이 그리 하셨듯이
누런 군인용 담요를 펴고
화투 패를 떼보며
잠 못 이루는 긴 밤을
깨어난 새벽녘을 보내셨을 당신을 그리며
이렇게 
겨울밤이 깊어갑니다.
사진//작은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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