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편지 쓸 사람 없을까?//유승희
붉게 물든 단풍잎보다
내 얼굴은 더 붉어
기다림에 지쳐 너무 아파 그런가 봐
하루 종일 기다리지만
나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거든
수줍은 마음으로 주고받는 사랑 얘길 보고 싶은데
사람들마다 손에 작은 전화기를 들고 다니며
얘길 주고받고
사랑도 속삭이고 그래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이제 나는 잊혀졌나봐
아~~~
그래도 이따금
현관문을 빼꼼이 열고 작은 소녀가 콩콩거리며
내게 다가와 입을 열어 보곤 해
거 뭐라더라? 고지서라나 뭐라나
돈을 갖다 내라는 종이 인가봐
그런데
어느 땐 큰소리로 싸우는 소리가 들려
오랫동안 심심했던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엿 듣곤 해
주인아저씨가 카든가 뭔가를 너무 많이 썼다고
아줌마가 마구 큰소리를 치시는 거야 히히히~~~
싸우는 소리 들으며 웃음 안 되는데
그동안 내가 얼마나 외롭고 심심했으면 그랬겠어
그치?
이 가을에
사랑하는 연인들이 주고받는
연애편지 쓸 사람 어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