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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Besame mucho

by 비 사랑 2009. 3. 2.

 


풍요가 넘쳐나는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18 평 방 두 칸이 있는 자그마한 공간에서
철수와 영희 부부는 토깽이 같은 자식이 셋에다
형님의 아들까지 여섯 식구가
옴닥옴닥 거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
아이들은 많고
방이라고는 두 칸 이다보니
부부가 사랑을 나누고 싶은 날은
거실 탁자위에 빨간 장미꽃을 꽂아두는 거였어
눈치 빠른 아이들은 자연스레 방을 비워주곤 했지
이런 잔잔한 행복도 허락지 않는 현실은 
그들을 거리로 내몰게 하는 위기에 처하자
가정을 지키고 싶은 영희는 
단 한번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자신을 내 던지고 
가정도 아내도 지키지 못한 철수는
무능한 자신을 비관하며, 오랜 방황 끝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아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게라고 애써 부인하며
일상으로 돌아온다.
다소곳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인채
마치 키스해 주세요... 하는 것처럼 보이는, 
바람할미도 잠자고 햇빛조차 고왔던 날에
그 섬에서 만난
오래 전 보았던 영화 베사메무초가 생각나게 했던
꿩의 바람꽃 한쌍.
photo-2009.3.1 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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