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날은 가고//유승희 아주 오래 전 나를 찾던 우체부 아저씨 제복에 무거운 가방을 둘러매고 한 여름 땡볕에 땀방울 뚝, 뚝 추위가 살을 파고드는 겨울 토끼털 귀마개를 하고 손을 호호 불며 찾아오시고는 했습니다 전방으로, 월남으로 떠난 아들의 무사함을 알리는 한 통의 편지에 웃음을 가득 전해주고... 애인 소식 기다리는 순이의 분홍빛 연서가... 펜팔을 주고받는 어설픈 풋사랑의 수줍음이... 방학이면 선생님의 편지를 받아들고 뛸 듯이 기뻐하는 동심이... 언제부터인가 우체부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오시면서 전방에서 월남에서 오던 편지도... 편지를 주고받던 연서도 음성을 듣고 들려주며... 선생님의 편지를 받고 뛸 듯이 기뻐하는 순수의 마음도... 가방의 무게 또 한 가벼워져만 갔습니다 이제는 가끔 요란한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은행 문을 넘나들게 하는 고지서만이 텅 빈 집을 찾아들고 담장아래 늘어진 능소화 만이 쓸쓸한 내 마음 아는 듯 벗해줄 뿐. 사진//하늬바람님
삶의 길목......간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