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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봄으로 가는 통로엔

by 비 사랑 2006. 3. 30.

봄으로 가는 통로엔//유승희 아직은 닫아 두었던 창 봄으로 가는 통로 저쪽에서 봄 햇살이 말간 눈빛으로 기웃거린다 살며시 눈 감아보면 빛의 공간을 통해 귓전을 간지럽히는 봄의 소리들 며칠 전 내린 가느다란 실비 그나마 단비였던 가 보다 매실나무 꽃망울이 툭~ 불그러진 걸 보니 겨우 내 을씨년스럽고 삭막함으로 가득했던 작은 골목길 지나가는 걸음마다의 발꿈치에 봅바람이 대롱대롱 매달려가고
빌라 기둥 옆에 자리한 평상엔 굴곡진 세월을 살아낸 초로의 삶이 한 겨울 거뜬히 이겨낸 이 봄을 즐기며 오고가는 발길들에게 정다운 눈빛을 보낸다 일찌감치 나선 우체국으로 가는 길 좌판을 깔아놓고 벌려놓은 조그만 플라스틱 소쿠리 마다마다 엔 상콤한 봄이 가득하다 무지개빛 옷들이 진열되어 있는 양품점 눈요기만으로도 즐거운 건 봄이기 때문일 게다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며 어쩔 수 없이 마주보는 건너편의 사람들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도는 건 봄으로 가는 통로 거기에 서 있기 때문일 게다 사랑이, 희망이, 웃음이 까~득 다가와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일 게다. Varsog (봄을 기다리며) / Anne V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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