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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수원...그곳은

by 비 사랑 2006. 1. 22.
수원...그곳은
늘... 그리던 꿈
내 작은 수첩 엔
혼자만의 일탈을 꿈꾸며 비상을 하는
작은 벌레들이 날개를 웅크리고 있었다.
수원
유년의 추억이 깃든 곳
열한 살의 단발머리 소녀가 가슴 언저리에 남아
아스라한 그리움의 물보라를 일으키는 곳
노오란 은행잎에 
“미지공! 그대를 열한 살의 추억 속으로 초대 합니다”
나만의 시간 속으로의 초대장을 받아들고 
갈 여인이 되어
갈 속으로 나를 묻으러 나선 길
지동
지동 초등학교 뒷문
네 번짼지 다섯 번짼지 기와집 이었던 그 집
꽃을 몹시도 좋아하셨던 
엄마는 마당 중앙을 둥근 동산을 만들어 일년초를 가득심어 
봄부터 갈까지 꽃이 만발했었다
굳게 닫힌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지만 
사층짜리 원룸이 우뚝 들어서 있는 그 자리 엔
어린 날의 추억과 그리움만이 아른댈 뿐
일요일이면 점심을 가지고 낚시하시는 아버지께 가던
집 뒤 야산 공동묘지를 지나 저수지
작은 꼬맹이 야산을 넘어 가자면 
누르스름한 송장메뚜기가 앞에서 포르르~~~  그만 무서워
아버지~~하면서 냅다 내 달리곤 했었는데...
수원여고 앞길은 작은 신작로 길로 기억되건만
많은 차들이 오고 가는 도로변이 되어 
흔적조차 없는 그곳에서 아버지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낸 지금
열한 살의 나를 기억해 낸다.  
소풍 때면
노오란 은행잎을 밟으며 가던 원천 유원지
늘어진 수양버들
카페 창밖의 저수지
짜르르 잡히는 물 주름
창유리에 비치는 세월의 물 주름을 보고
쓸쓸히 웃어본다
둑 방 아래 나무 그늘 도시락 먹고 까르륵 대던 내 어린 날
이 자리에서 아직 저만치의 열한 살 그대로인데...
세월은 어느새 이만치에서 손짓을 한다. 
넓고 푸른 잔디밭 한 가운데 있던 연무대 주변은 새로운 단장을 서두르며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고 새로이 증축된 수원성곽 주변을 거니는 만추의 사람들과
수원성을 끼고 도는 관광열차가 도로변을 달린다.
수원팔경의 백미 중 하나 화홍문 
수중위에 지어져있는 화홍문 일곱개의 수문으로는 수원천이 흐르고 있다
과거 급제한 사람 중 가장 나이어리고 지체가 높았던  사람이 올라가 풍류를 즐겼다던 정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정자에 올라 연못을 보며 시 한 수 후후후
갑자기 어두워지는 하늘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비
나만의 시간 속으로의 짧은 갈 여행을 뒤로 한 채
잰 걸음을 서두르고
아쉬운 내 유년을 남겨둔 채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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