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없이 봄은 찾아들어
그녀의 집 마당에
잘디잘게 핀 보리수꽃을
담밖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손가락을 꼽으며 정확히 세어보니
39 년 전 울 집 고 녀석 6 살 때
동갑인 그녀와 나는 2 달 간격으로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이웃으로 살아왔다
시장도 같이 다니고 이웃해 살다 이사를 간
지인의 집들도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고
가끔씩 그녀의 집에 놀러가서 수다도 떨고
그렇게 긴 세월을 함께 했다
사람의 일은 모른다지만
건강은 장담하지 못한다지만
지인들 중 가장 건강하고 단단했던
그녀가
나날이 안 좋아지는 경과에 앞으로의 결과를 예상은 했지만
나이 듦에 찾아든 불청객으로 인해
몇 년을 시난고난 지내다가 요양병원에 입원을 해야만 했다
타지에서 근무하던 아들이 휴가를 내어 입원 시키러 온 날
아들아이의 얼굴을 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렇게 운동도 열심히 하고 노는 것도 좋아했는데...
그녀가 입원 후
지인들과 약속을 잡아 면회를 갔다
집에서처럼 옹송그리고 옆으로 누워있었다
더 쇄약해진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다
봄이면 마당으로 옥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푸성귀를 기르고 거기다 더해
주말 농장까지 오고 가며 토마토에 옥수수까지
농사를 짓고 허더니...
주인 없는 마당도 빈탕이고
아내를 병원에 두고 온 주인 남자도
삶이 시들어 졌는지
그렇게 열심히 가꾸던 나무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래도 무심한 봄은 영락없이 찾아와
오디나무도 싹을 틔우고 보리수나무도 꽃이 폈다
머잖아 연산홍 꽃도 붉게, 붉게 물들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