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있던
2층짜리 연립을 재건축하면서
4층짜리 빌라가 들어선지 17 년이 되어간다
전에 살던 연립 사람들이
더러는 가까이 더러는 멀리 떠나버린 뒤
새로 터전을 잡아 살고 있는 사람들
이웃 간의 정이 도타웠는지
도시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을 연출했다
더운 여름이면 이른 아침부터 커피 타임을 즐기고
평상에 모여 앉아 정겨운 담소를 나누며
무더운 긴 여름을 보낸다
그 중 한 사람
정수 씨
그녀의 모습은 이마에 나 착해 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인상이 한 없이 착해보였다
말 수도 들릴 듯 말 듯 조용조용 했다
그런 그녀를 정형외과 병원에서 마주쳤다
허리랑 등이 아파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닌다고 했는데
몇 달이 지나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뒤 늦게야
대학병원에 가서야 췌장암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방법을 해보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쳐 몇 달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아들은 멀리 뉴질랜드에 살고
두 부부가 살다 혼자된 남편은 꽃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빌라 한 옆에 큰 함박에 연을 심어 여름이면 꽃이 핀다
두 발 자가용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에
관곡지 까지 가려면 불편해서 아쉬운 대로
해 마다 여름이면 함박에 핀 연꽃을 찍는다
언젠가 카메라 셔터 음 소리에
창문을 내다보며 <언니 옥상에는 더 많아요>하던
그 녀
연꽃을 담으며 착하디착한
그녀가 생각났다
새로운 터전 그 곳에선 아픔 없이 행복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