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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울릉 미역취

by 비 사랑 2014. 9. 26.

 

결혼 전 친정집 문간방에 자취하던 현숙이는 두 동생들과 함께 울릉도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다 아버지는 학교 교사였는데 박봉에 세 아이들 서울사리를 시키자니 힘에 버거워 엄마가 울릉도에서 자그만 다방을 운영하셨다 차도 안다니던 그 옛날 그곳에서 교사 사모님이 다방을 하셨어도 아무런 규제도 없이 그 어떤 파장도 없이 운영을 하신 걸로 보아 레지를 두고 티켓을 파는 그런 류의 다방이 아닌 그저 동네 사랑방 구실 정도의 다방이었을 게란 생각이 든다 암튼 교사 사모님이란 신분으로 흔히 말하는 물장사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 틀림없었으련만 자식을 가르쳐야겠다는 일념 하나 뿐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자식 뒷바라지 하다 방학이면 아이들을 만나러 서울에 오면서 울릉도 취를 바짝 말려 묵나물을 만들어 싸 짊어지고 오곤 했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울릉도 취나물의 맛은 강원도 취나물은 저리 가라 로 맛있었다 동네 시장에선 도통 눈에 띄지 않던 울릉도 취나물을 제기시장에서 발견하고는 여러 번 사다 먹었다. 역시 맛있더란... 우연히 울릉도 미역취 꽃을 조우하며 까무룩 잊었던 현숙이 그 아이가 생각난다 여상을 졸업하던 해 겨울, 바로 취업도 되어 축하하는 의미로 명동구경을 시켜주며 다방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던 그 아련한 추억도...

어딘가에서 누구의 아내로 누구의 엄마로 살고 있을

지금은 그 아이가 아닌 그녀도 이순의 나이가 가까워 오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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