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의 뜨악한 발걸음으로 고즈넉함이 깃들어 있던 초하의 고궁 나뭇잎들은 익어 가는 햇살에 바지런 떨며 연신 입질을 해 반지르르 윤기가 흐르고 담장 아래 기다림의 화신 능소화도 피었다 그늘진 쉼터에 앉아 있던 순간 눈에 들어 온 나들이 나오신 수녀님들의 추억 만들기를 멀리에서 담을 수 있었던 행운 수녀님들이나 스님들을 담기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우리네가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일상임에도 피안의 세계에 살고 있는 그네들에겐 여의치 않을 수도 있는 삶의 한 순간을 우연히 함께 했던 초 여름날의 기록 나무를 수줍게 잡고 포즈를 취하시는 모습에 학교 다닐 때 사진 찍던 추억이 아련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