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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백두옹(할미꽃)

by 비 사랑 2014. 6. 1.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아현동 굴래방다리 지나 있던 극장에서 초딩 때 김진규 아저씨가 주연을 했던 고려장이란 영화를 보았다 자식으로서는 도저히 행할 수 없는 불효를 국법으로 늙은 부모를 깊은 산에 버리게 했던 고려장 가난은 나라에서도 구제를 못한다 했으니 늙으면 뱃심으로 산다 했거늘 늙은 곳간을 채울 만큼 나라 살림이 궁핍해서였는지는 알 수 없다 헌데. 풍요가 넘쳐나는 이즘을 살면서 현대판 고려장이 생겼다 자식이라고는 달랑 하나 아니면 많아야 둘이니 부모를 공양하자니 자식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기에 늙으면 누구나가 가야할 곳 요양병원 고랑고랑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눈만 뜨면 각 미디어에선 건강식품이네 뭐네 장수 음식이 어쩌구 저쩌구 떠들어 대며 100 세 시대를 부르짖지만 골골이 100 세를 살면 뭐 할 것이며 산송장으로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느낌도 감정도 없이 삼시 세끼 밥만 축내며 아무런 의미 없는 삶도 삶인지 오래 사는 것 보다 삶의 질이 문제가 아닌 가 싶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말짱했던 동네 어른신이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초록은 동색의 길을 가기 때문 일게다 벌써 이순의 문턱에서 중턱을 향해가는 나이 세월의 나이테가 하나 씩 늘어가며 나이 듦에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자연현상들은 나날이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만 가는 일상 속에서 시작되는 하루가 고맙고 햇살에게도 바람에게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에게도 감사의 눈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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