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자리 가을의 문턱임에도 지루한 늦장마는 끝일 줄 모르고 태풍 곤파스가 비바람을 몰고 전국을 무차별 강타하던 날 옥상에서 뭔가가 넘어가며 깨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랬지만 바람의 기세에 감히 올라가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한 차례 거센 바람이 지나가며 잠시 주춤한 그 틈을 이용해 삐쩍 마른 몸뚱이 날아가면 어쩌나 살곰살곰 옥상에 올라가보니 이런, 수 십 년 된 항아리가 자빠져 뒹굴고 있었다. 다행이 빈 항아리였기에 망정이지 장이라도 담겨 있었더라면... 오빠네 집은 무사한 가 궁금한 마음에 전화를 해 보니 세상에나 곤히 잠든 새벽녘 어디선가 날아온 옥탑 방이 창문을 냅다 부수고 전화, 전기, 인터넷 선을 다 끊어놓고 기왓장을 부수고는 옆집으로 날아가 스텐 난간을 찌그러 트려놓고 다시 옆집으로 이동하며 기왓장을 부수고는 폭삭 내려앉았다고 한다. 그 이른 시간에 놀라기는 또 얼마나 놀랬을까 속속 전해오는 뉴스를 봐도 그 피해는 실로 엄청 났다. 쪽방 촌 우리의 불우한 이웃들 엎친대 덮친대 격으로 안 그래도 힘든 생활이 말이 아닐 듯싶다. 인재든 천재든 피해는 언제나 민초들의 몫인 가 보다. 오랜만에 걸어본 들길 야트막한 야산에 고목들도 뿌리를 온통 들어낸 흉물스런 모습으로 곤파스의 후유증을 남겼다. 해마다 몇 차례씩 찾아오는 태풍들 그 자연재해 앞에 무기력하기만 한 우리 인간들에게 돌아가는 세상사에 대한 무언의 질타는 아닌지... 행여, 그러하다면 가엾은 민초들이 아닌 위정자들에게만 철퇴를 가할 수는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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