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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옥상 농사군 이야기

by 비 사랑 2010. 8. 25.

 

주인 따라 세월을 빗겨갈 수 없었기에
폭삭 늙어 버린 오래된 집
그 긴 세월동안 내 박쳐 둔 옥상에
뭔 변덕인지 아님 극성인지 
화분과 스티로폼에 흙을 담아
상추씨를 뿌리고 고추랑 토마토를 심었다
아침 저녁으로 오르락 내리락 물을 주고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보며 눈 인사를 맞추니 
사랑을 받은 모든 것은 행복 하여라 
자연의 이치대로 흙은 뿌린 만큼 거둔다 허더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봄에 천원을 주고 사서 뿌린 상추가 
뾰족 잎이 나더니만 비 맞고 퍼 나르는 물을 먹고
이른 아침부터 내리 쬐는 햇볕에 쑤~~~욱쑥 자라
잎이 너울 거려 뚝뚝 띁어 이 집 저 집 나눠 먹었다
아침, 저녁으로 철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십 여 차례를 넘게 하다 보니
신역은 고달프지만 재미가 쏠쏠하다
이젠 막바지 여름
장마 동안 상추 값이 많이 뛰었지만
된장에 싸서 돼지고기에 싸서 아쉽지 않게 먹었다 
이젠 대가 올라와 머잖아 꽃이 필 기세다
내년엔 쑥갓도 가지도 아참 오이도 심어 볼란다
단단히 재미가 붙었는가 보다
이러다가 옥상 농사군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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