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따라 세월을 빗겨갈 수 없었기에 폭삭 늙어 버린 오래된 집 그 긴 세월동안 내 박쳐 둔 옥상에 뭔 변덕인지 아님 극성인지 화분과 스티로폼에 흙을 담아 상추씨를 뿌리고 고추랑 토마토를 심었다 아침 저녁으로 오르락 내리락 물을 주고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보며 눈 인사를 맞추니 사랑을 받은 모든 것은 행복 하여라 자연의 이치대로 흙은 뿌린 만큼 거둔다 허더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봄에 천원을 주고 사서 뿌린 상추가 뾰족 잎이 나더니만 비 맞고 퍼 나르는 물을 먹고 이른 아침부터 내리 쬐는 햇볕에 쑤~~~욱쑥 자라 잎이 너울 거려 뚝뚝 띁어 이 집 저 집 나눠 먹었다 아침, 저녁으로 철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십 여 차례를 넘게 하다 보니 신역은 고달프지만 재미가 쏠쏠하다 이젠 막바지 여름 장마 동안 상추 값이 많이 뛰었지만 된장에 싸서 돼지고기에 싸서 아쉽지 않게 먹었다 이젠 대가 올라와 머잖아 꽃이 필 기세다 내년엔 쑥갓도 가지도 아참 오이도 심어 볼란다 단단히 재미가 붙었는가 보다 이러다가 옥상 농사군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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