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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가을동화

by 비 사랑 2008. 11. 5.

 

 

 

 

 

 

 

 

 
가을동화//유승희
기찻길을 보면 
아련한 향수가
가슴 저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어릴 적에 용인 김량 에서 살 때 
집에서 가까이 기차역이 있었다
그 땐 증기 기관차라 
기차 뒷부분이었는지가.. 기억은 희미하지만
하여튼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 물을 잔뜩 채우고 난 뒤
다시 철커덕 연결을 하고 
석탄을 때며 물을 끓여서 기차가 달리곤 했었다
소리 또한 어찌나 요란 하던지
빽~~~기적을 울리며 하얀 연기를 하늘 향해 뿜어대면서
치~~익 칙칙폭폭 칙칙폭폭 
창문도 없는 쇠문이 닫히고 
양쪽으로 길게 난 의자에 앉아 가며
굴을 지나가려면 기차 안으로 특유의 냄새와 함께 
틈바구니로 스며든 뽀얀 연기가 가득 채워지기도 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지금은 쌩쌩 달리는 고속열차가 있고
전차가 사라지고 땅속으론 전철이 달린다
문명의 이기에 젖을 대로 젖어 
이젠 편안함이 익숙해진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
가끔은 지금의 잣대로 보면 원시적인 그 시절의 모습들이 그리워진다.
photo-2008.11.3 항동 그 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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