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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배따지 부른 소리

by 비 사랑 2006. 11. 16.
 
      배따지 부른 소리//유승희 무스탕을 울 거 먹은 게 한 십년은 되는가봐 이젠 나도 밍크를 두르고 귀부인 척 하구 싶어 그런데 있잖아 오리털 잠바도 제대로 못 입는 여자 생각하면 이건 배따지 부른 소리일 거야 털털거리는 소나타를 탄지도 한 십년은 되는가봐 이젠 나도 그랜저 타구 싶어 그런데 있잖아 평생 승용차 없이 사는 여자들도 있을 거야 그럼 이건 배따지 부른 소리 일 거야 보일러를 바꾼 지는 한 십오 년은 되는가봐 이제 나도 겨울에 반팔입구 사는 집에서 살구 싶어 그런데 있잖아 달동네에서 아직도 연탄으로 추운 겨울을 나시는 할머니들을 보면 이건 진짜 곱하기로 배따지 부른 소리임에 틀림없을 거야 요즘 옆집은 헌집 부수고 새집 짓느라 난리고 아파트 값은 하루 지나고 나면 미친년 널뛰듯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난리 블루스를 때려 우리 집은 이십년이 넘어 헐어 빠져 집금은 똥값이구 모두가 떠나버린 동네를 원주민으로 남아 있어 나도 정원이 보이는 통유리 거실에, 야트막한 야산의 사계를 보면서 콧노래 부르며 맛난 반찬을 만들고 글도 쓰고 하는 나만의 공간 아늑하고 다사론 햇살이 내리 꽂히는 주방이 있는 새집에 살고 싶어 그런데 있잖아 집이 없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거처지가 없어 노숙을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또한 호강에 겨워 요강에 빠진 배따지 부른 소릴 거야 오늘 너무 배따지 부른 소리만 지껄여 배가 남산만큼 불러서 밥 굶어도 될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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