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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by 비 사랑 2006. 8. 14.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유승희
머루빛 까망밤을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촐한 밥상을 마주하며
하루를 열 수 있다는 건
볕 쨍쨍한 기 인 여름
땀방울 가슴 골짜기를 타고 
조올졸 흘러내려도
가끔 살랑살랑 스치는 바람결에 
이제 가을이 머지않았음을 느끼며
새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는 건
들길 걸으며
하마터면 발에 밟힐까
안쓰러운 작은 이름 모를 들꽃을 만나
눈높이로 쪼그리고 
주거니 받거니 도란도란 거릴 수 있다면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아주 작은 사소한 일상에서
잔잔한 행복을 느끼며
그 행복에 감사를 드리며
어제 죽은 이가 그리도 갈망했던 
오늘, 그 오늘을 
실꾸리를 풀어놓은 듯 길고 긴 하루하루의 연속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열어 간다는 건
.
.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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