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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당신이 없었던 며칠

by 비 사랑 2006. 5. 29.
당신이 없었던 며칠//유승희
늘
같은 얼굴
같은 표정
같은 말투
앙앙대는 잔소리
당신 있잖아요
오늘 술 먹지 말고 일찍 와요
제발 담배 좀 그만 피우면 안돼요
그리고 양말 벗어놓을 때 
뒤집어진 채 그냥 세탁기에 넣지 말라 했지요
밤늦게 간식은 안 좋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렇게 말했는데
당신이 아이예요
맨 날 잔소리한다고 뭐라 하지 말고 한번 실천해봐요
등..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이 구~~~야 머리 아 퍼  
햐!
근데 그 마누라가 드디어 친구들과 여행을
우~~~히 
나는 야 해방이다
퇴근 후 술도 실컷 먹고
담배도 눈치 안 보고 막 피우고
양말도 옷도 아무렇게나 벗어서 마구 휙~~~
밤에 라면도 끓여서 후룩 후룩 냠냠
아!
근데 좀 이상하다
요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며칠 뿐
퇴근해서 집에 오면 딩동 누를 필요도 없이
열쇠로 문을 따고 캄캄한 집안을 들어서니
왠지 허전하고 쓸쓸하다
늦은 밤 귀가한 아이들은 꾸벅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면 그만이고
애꿎은 리모콘만 들볶고
드르륵 창문 열고 하늘만 보고
야속한 마누라
어디 나 없을 때 한번 잘 지내봐라 
오기로 전화 한 통 없고
그래 좋다 내도 안 할 거다
푸~~~~~
드디어
마누라가 오는 날
세탁기도 돌리고
집안 청소도 개가 할타먹은 거 모양 깨끗이
그래 하는 김에 전화도 한 통 하자
"으~~음 당신 몇 시에 도착해?"
"치~~왜~~애 며칠 못 보니 아쉬운 감 호호호"^^^*
며칠동안의 해방
그건 해방이 아니라
마누라의 빈자리의 소중함 바로 그거였다
내겐 없어선 안될 그림자 같은 존재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
휘파람 불며 마중 가야지
그리고
살며시 안아주며
"당신 사랑하오 여행은 즐거웠오"
젊어서 연애할 때처럼
멋있고 근사하게 분위기 잡으며.....
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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