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어둠속에서 긴 겨울을 보내고 여린 햇살 곰실곰실 피어오르는 봄이면 어렵사리 꽃대 밀어 올려 분홍, 흰, 새파란 노루귀 피지요 그 중 청 노루귀인 나는, 꽃쟁이 들에게 인기가 많아 한 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햇살에 보르르 춤추는 노루귀의 백미인 털이 없으면 그 진가는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으니 사람들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아는 미덕을 갖추세요 얼마나 못 살게 굴고 건드려댔으면 그대들 눈에 보이는 지금의 내 몰골은 마치, 털 빠진 닭 같지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