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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족두리풀

by 비 사랑 2014. 4. 4.

 

사월이었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극장 지하 다방에서 그 남자와 맞선을 본 것이... 작은 키에 그녀는 또래의 아가씨들이 좋아하는 기생오라비 같은 신성일 보다는 우묵주묵하고 남자다운 신영균을 좋아했다 딱...그랬다 큰 키에 우람한 체격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 거듭되면서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 남자의 심성이 너무도 착하단 걸 멋있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맛난 음식이 아니라도 좋았다 돈가스, 자장면, 비빔밥, 갈비탕 등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녁을 먹고 헤어지던 어느 날 그녀의 작은 손바닥을 펴더니 버스 정류장 앞에서 동전 한 닢을 꼬~~옥 쥐어주었다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펴 본 손바닥엔 은빛 동전 한 닢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엔 무수히 많은 별들이 그녀를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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