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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외로움

by 비 사랑 2013. 8. 14.

 

중계동 백사마을 하늘과 맞닿은 달동네 과꽃이 소담하게 피어 있던 지난해 골목에서 외로이 앉아 계셨던, 할머니 눈에 팔자 좋게 사진기나 들고 다니는 모습이 곱게만 보이진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심스레 여쭤 보았다 안녕 하세요~이곳은 재개발이 안 되나요? 그 게 언제 적인지 기다리다 지쳐 이젠 죽을 날이 다 되었네.. 하시면서 쓸쓸히 웃으셨다 한동안 내 그림 창고에서 잊혀져있던, 할머니 어느 기자가 백사마을 어르신과 인터뷰한 인터넷 기사를 접하면서 불현 듯 생각이 났다 한 달 20 만원으로 살아가신다는 그 할머니는 제발 정부에서 쌀값과 연탄 값만 올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시며 밥은 물에 말아먹어도 되고 소금 하나랑 먹어도 되지만 연탄 값이 올 겨울엔 한 장에 1000 원을 할 거라고 하니 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 쉬셨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높은 곳만 바라보고 산다고 자기네 사는 모습은 부잣집 화장실만도 못하다고 하지만 진정 바라는 것은 20 만원으로 살 수 있으면 하는 소박함 이었다 아마 있는 사람들 20 만원이면 한 끼 밥값 정도 밖에 안 할 거라며... 주변딱지 라고는 쥐 콧구멍만도 못한 우리도 아직 마루에 불도 안 들어오는 집에서 겨울이면 을씨냥스럽게 28 년을 살고 있지만 노숙자들을 생각하면 쪽방 촌 이웃을 생각하면 이만해도 팔자가 늘어진 거라고 위안을 삼으며 살고 있다 녀석 시험이 끝나고 추석이 지나고 나면 수리를 하리라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모르겠다. 헐어가는 집을 수리를 하는 것이 맞는지 거액을 들여 헌집 헐고 새집 짓기를 하는 것이 맞는지 아님 훌훌 털고 이사를 가야 하는 것이 맞는지 백사마을 할머니를 뵈오며 팔자 좋은 넋두리 하는 얄미운 심사가 죄스럽다

 

 

Loneliness (외로움) / Fariborz Lac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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