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달동네 중계동 백사마을 창틀 옷걸이에 쪽쪽 네 갈래로 햇살바라기 하고 있는 가지 살림꾼의 지혜가 엿보인다 바싹 말려 정월 대 보름날 묵 나물로 볶아 먹으면 맛있겠다 오래전 옆 집 은실 할머니네 집에 세 들어 살던 금방 호미자루 팽개치고 상경한 시골 아줌마처럼 수더분하니 두루뭉술 맘씨 좋게 생긴 호정 엄마는 타고난 살림꾼처럼 보였다 작은 채반에 무말랭이, 무청시래기, 감 껍데기 등등 오밀조밀 요것조것 말리기 밑반찬을 만들고 하는 모습을 보신 생전의 시어머님은 넓은 옥상을 공으로 놀리는 며느리를 마땅찮게 생각하시며 호정 엄마 하는 것 좀 보라시며 잔소리를(본받을 생각은 저 참이요 며느리 입장에선 잔소리로 들리곤 했다) 늘어 놓으셨다 기실 시어머님 주관으로 꾸려가는 살림살이는 내살림이 아닌듯 그 어떤 애착도 재미도 없었다 생김새도 그렇고 인품도 좋아 보이던 그녀의 집엔 늘 동네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생활력도 강해 부업도 열심히 하던 그녀가 어느날 가까운 지인들의 돈을 떼먹고 튀는 온 동네를 발칵 뒤집어 놓는 대형 사고를 치고 행방불명이 되었다 햇살바라기하며 밑반찬 준비에 소홀했던 며느리는 살림꾼은 아니더라도 남의 돈을 먹 튀 하는 사고는 치지 않았고 내 살림을 꾸리고 사는 지금은 옥상에 이동 텃밭을 일구기도 하고 가지, 무말랭이, 버섯 등등도 말리고 일등은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살림꾼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자찬을 한다. 늦은 나이에 말이다~ 혹, 시어머님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며 아니? 조 년 좀 보게 내가 없으니깐 살림재미 붙였나 보네.. 하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