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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동강할미꽃

by 비 사랑 2012. 4. 22.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동강의 한 마을에 출현했다 많은 진사들이 봄이면 동강을 찾아든다 다름이 아니라 바위에서 피는 희귀한 꽃 동강할미꽃을 담기 위해서다 남들이 찍은 사진을 보며 내내 그리움으로 속앓이 하든 동강할미꽃을 담으러 강원으로 발길을 향했던 봄날의 어느 날 사진을 얼추 간이 담고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한 남자 다가오더니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면 안 된다면서 현행범 취급을 하대며 다짜고짜 사진을 찍더니만 으름장을 놓았다 취사를 한 것도 아니고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고 쓰레기를 두고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안 되냐고 따지면서 대체 뭐하는 사람이냐 물으니 동강 지킴이란다 헌데 기막힌 것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동네 주민이면서 주차비는 물론 이거니와 점심을 팔고 가족을 동원해서 사진 연출까지 해가면서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전해들은 소식에 의하면 이젠 아예 입장료까지 받는다고 한다 물론 동강할미꽃이 피는 시기엔 전국적으로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보면 조용하던 마을이 시끄러워짐은 물론이요
피해를 보는 점도 없지 않아 있을 터 그렇다면 미루어 짐작 하건대 어차피 몰려드는 인파에
동강할미꽃을 빌미로 돈을 벌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머리 굴림의 얄팍한 수단이 동원 됐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암튼 사진 인구가 점점 늘어가면서 딱히 동강할미꽃 만이 아닌 꽃을 찾아드는 사람들을 빌미로 돈을 벌겠다는 봉이 김선달이 전국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편 마음이 씁쓸한 것은 그 사람들을 나무라기 이전에 취미 생활을 즐긴다면서 나 자신이 자연을 피괴하는 일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 또한 되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물론 나름 조심한다고는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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