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휘청거리는 오후

by 비 사랑 2012. 7. 17.

 

불혹의 나이에 나목이란 소설로 문단에 데뷔한 박완서 선생님의, 결혼문제를 중심으로 한 70년대 한국사회의 풍속도를 그린 1976 년 작 휘청거리는 오후를 보면 36 년 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우리네 결혼 풍속도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단지 신랑이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해 진 것뿐 예전에야 방 한 칸에서도 신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셋집 하나 마련하려해도 일억 대를 주어야하니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을 번다한들 일억이 장난인가 말이다 벌어서 갈 때를 기다리자니 홀아비를 늙어죽일 건 뻔한 이치 근신덕신 벌어놓은 돈 탈탈 털어 부모노릇 하자니 허리가 휘어도 이만저만 휘는 게 아니다 유리창에 반영된 빌딩 마치 일그러진 우리네 자화상 같다.

 

'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고양이  (0) 2012.08.16
비겁을 가르치는 세상  (0) 2012.08.03
원미산 드림로드  (0) 2012.05.02
동강할미꽃  (0) 2012.04.22
노루귀  (0) 201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