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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길고양이

by 비 사랑 2012. 8. 16.
길고양이의 생존기
음침하고 습한 오래된 집 지하실 버림받은 길고양이가 살기 엔 최고의 안식처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누렁이랑 얼룩이랑 터를 잡고 주인 행세한지가 몇 년은 족히 될 성싶다 개를 기르는 아래층 엄마가 주는 개 사료를 얻어먹으며 좋은 집에 양식걱정도 없으니 도통 떠날 낌새도 안 보이고 본연의 임무조차 나 몰라라 팽개치고 더울 땐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추울 땐 햇볕 따스한 양지쪽 찾아 배 쭉~~깔고 누워 팔자 좋게 무위도식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 얼룩이 한 마리가 눈에 띄질 않아 혹 골목길에서 차에 치어 사고를 당했나 했더니 가출한지 몇 달 만에 다시 찾아 들었다 쌩하니 토라졌던 누렁이 어딜 쏘다니다 기어 들어 왔냐고 강짜를 부리는지 묵직한 어둠 깔린 밤 내 앙알대는 소리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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