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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한 계절을 정리하며

by 비 사랑 2007. 11. 9.
한 계절을 정리하며//유승희 귓속이 멍하도록 사랑을 찾아 울어대던 매미소리도 살갗을 태울 듯 끓어오르던 불볕도 엷게 퇴색된 따사로움으로 현란한 색채를 띠고 눈길을 불러 모은다 조석으로 작은 틈새로 들어오는 찬 바람은 이불을 서로 끌어당기게 하고 목화솜 이불이 장롱 속에서 빼꼼이 쳐다보며 웃고 있다 점점 짧아지는 갈 해 창밖을 열고 보는 하늘은 눈이 아리도록 시리다. 그래 오늘은 갈 해를 붙잡아야겠다 미루었던 옷장 정리를 해야겠다 하나하나 씩 들춰보며 이건 국물 다 빼 먹었으니 버리자 한쪽으로 밀어 놓는다 아냐~~~보푸라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아깝잖아 히!^^^* 다시 집어서 원 위치로 흥! 쓴물 단물 다 빨아먹고 이젠 필요 없다고 이거지~~ 입 꼬리가 샐쭉 올라가며 눈을 흘긴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다보니 도로 제 자리 다시 들었다 놨다 하길 수없이 되풀이하다 과감하게 처리 땡~~ 재활용 수거차에 버리면 쓰레기봉투랑 교환을 한다 누군가 필요한 손길이 어딘가에 기다리고 있겠지 내 몸을 감싸 주었던 껍데기와 한 계절을 맞이하며 이별을 한다 맞이하는 계절에 새로운 만남을 위해 삶의 곳곳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만이 아닌 사물과 겉치레와의 만남과 이별이 도처에 숨어 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소쿠리 하나 가득 옥상으로 콩..콩..콩 일렬종대로 좌~~악 갈햇살이 가득 빨래나무에 내려앉은 위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교태를 떨며 춤을 춘다. 아~~구 한참을 들썩이다 보니 옷 먼지에 목이 싸곰 하고 침을 삼키기가 껄끄럽다 빌어먹을 목구멍 쬐맨 몸뚱이가 왜 그리 말썽인고 물을 팔팔 끓여 녹차 한잔으로 목을 지져야겠다. 마루 한귀퉁이 옷 보따리 이번 엔 거 봐라~~ 메~~롱 쌤통이다 뱅글뱅글 얄망궂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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