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목......간이역
겨울 햇살은 왜 이리 짧은고
by 비 사랑
2006. 12. 29.
겨울 햇살은 왜 이리 짧은고//유승희
아침 일찍
먹는 둥 마는 둥
밥 한 술 뜨고
오랜 세월 살아 냈다는
공로인 듯 주는 무임승차권 얻어
종로 3 가 내리면
을씨년스레 웅크린
낮 익은 친구들의 반가운 모습
언변 좋은 박 영감
만담에
넋 나간 듯 들으며 박장대소
악기 잘 다루는 김 영감
흘러간 옛 노래
아코디온 소리에 흥이 절로 나누나
이래 뵈도 내가 예전에
독립투사였노라
으쓱하며 만주벌판을 주름 잡던
무용담을 늘어놓는 이 영감
출출한 기미가 돌 시간이면
줄을 서서 공짜 점심으로
허기진 배를 채 우고
자식들 뒷바라지로
앞만 보고 달려온
당당한 모습은 뒤안길로 사라지고
쭉정이 빈 껍질만 남은
이 곳 저 곳
무리 져 모여 있는
초로의 모습
가슴 시려 오누나
늘
보이던 친구 시야에서 멀어지면
아!
먼 길 떠난 게로구나
나도 머지않아 가야함에
허심한 마음
겨울 햇살은 왜 이리 짧은고
뉘엿뉘 엿
해질 무렵이면
내일 또 보세나
아쉬운 작별 나누며
반겨주는 이 없는
쓸미적은 집으로
발길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