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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그 언제쯤이면 오실까요

by 비 사랑 2007. 1. 4.
그 언제쯤이면 오실까요?//유승희
집에 있던 사진 속에
아빠 엄마와 나는
우리 집 창문을 타고 올라오며 피었던
나팔꽃처럼
모두 입을 벌리고 행복하게 웃고있어요
꼬부랑길 산동네 녹슨 대문
작은 방이 두 개 뿐인 우리 집
유치원 차 타러 아랫동네에 가면
성처럼 높은 담이 있고
대궐 같은 문이 있는 집에 사는 아이보다
가난했지만 행복했어요
맛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예쁜 옷을 맘껏 입어보지 못해도
아빠랑 엄마랑 함께였으니까요
어느 날
엄마가 너무 많이 아파 병원에 가셨는데
그날 이후
아빠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하늘을 보시며
내게 들킬까봐 몰래 몰래 우시곤 하셨어요
얼마나 많이 아팠는지
엄마는 아빠와 나를 두고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우리의 곁을 떠난 엄마를 찾으며 술을 잡수시면
아빤 큰 소리로 소리내어 우셨어요
나도 그만 우~~왕 울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아빠가 가슴 아파하실 거 같아서요
그리고 엄마가 그러셨거든요 
엄마는 하늘에 별이 되어 밤이면 나를 만나러 오실 거라고.... 
엄마가 떠나시며
아빤 혼자서 나를 돌보기가 힘이 드셨나봐요
그렇게 먹고싶던 피자 한 판을 사 주시며
많이 먹으라고 하시면서
자꾸 자꾸 눈을 깜빡 거리셨어요
그리고는
나를 여기 두고
아빠가 돈 많이 벌면 그때에 데리러 올게 하시며
등을 돌리시고 막 뛰어 가셨어요
라면에 김치가 아닌
맛있는 것도 많이 먹지만
매일 매일 아빠를 기다려요
이곳의 창가에도
행복했던 그 시절 우리 세 식구의 함박웃음처럼
나팔꽃은 피었는데.....
아빠가 말씀하시던 많은 돈은 얼마만큼 인지 
아직 어린 나는 모르겠어요
그냥
밤이면 별이 되신 엄마를 만나 묻곤 해요
그 언제쯤이면
아빠가 나를 데리러 오실까요?
사진//장원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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