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을 나서면

가을 문을 나서면//유승희 가을 문을 열고 새 파아란 하늘 빛 따라 들길 걸으면 몽실 구름 타달타달 뒤 따라 오고요 포롱포롱 새들은 감돌다 나뭇가지 앉지요 하늘하늘 길섶 코스모스 이젠 제철이라고 으쓱 야지랑 떨고 있고요 산모롱이 쑥부쟁이 구구절절 사연안고 섧게섧게 피어있지요 따끈한 햇살에 노오라니 익어가는 벼 나락 살랑바람에 사르륵사르륵 물결 치고요 바라기 꽃 애타는 마음 새까맣게 타 들어가지요 따끔따끔 밤송이 햇살 향해 툭툭 시위를 당기고 있고요 누리끼리한 고깔모자 쓴 도토리 토독 거리며 때구르르 구르지요 가을 문을 나서면 물씬물씬 익어가는 가을에 나도 야! 덩달아 녹신녹신 취해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