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살리라//유승희 가을걷이 끝 난 추수 뒤 짚 엮어 새끼줄 꼬고 삼태기, 광주리 만들었지 돌쇠 아범 마작에 손대고 논 밭 날리고 도시로 야반도주하고 개똥 아범 읍내 대폿집 아낙에게 정신 팔려 살림 거덜 내고 망신 살 뻗쳐 고향 등져도 우직한 나는 고향을 한 발짝도 떠나 선 살수 없어 농사를 천직으로 알며 살았지 자식들 대처에 보내놓고 소 기르고 돼지 기르고 해마다 논 팔고 밭 팔아 학비 대며 힘든 줄도 몰랐지 두 늙은이 남아있는 고향 땅 명절이면 올 망, 졸 망 손 주 새끼들 손꼽아 기다리지 초로만 남아 지키는 고향 우리의 신토불이는 갈곳을 잃어 휘청 휘청 농자는 천하지대본이 무색한 세월이여! 끝이 안 보이는 길 흙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지불한다는 만고의 진리도 옛 말 이든가 가격 폭락에 양파 밭을 갈아엎고 과실이 익은 채 방치되고 무참히 퍼 붇는 장마, 태풍에 농작물은 모조리 쓸려 나가도 또 다시 봄이 오면 모심고 밭 갈며 흙과 더불어 묵묵히 살아간다네.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힘든 일 마다하시지 않고 고향을 지키시는 어르신 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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