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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흙에 살리라

by 비 사랑 2006. 4. 25.
 
흙에 살리라//유승희
가을걷이 끝 난 추수 뒤
짚 엮어 새끼줄 꼬고
삼태기, 광주리 만들었지
돌쇠 아범
마작에 손대고
논 밭 날리고 도시로 야반도주하고
개똥 아범
읍내 대폿집 아낙에게 정신 팔려
살림 거덜 내고 망신 살 뻗쳐 고향 등져도
우직한 나는
고향을 한 발짝도 떠나 선 살수 없어
농사를 천직으로 알며 살았지
자식들 대처에 보내놓고
소 기르고 돼지 기르고
해마다 논 팔고 밭 팔아 학비 대며
힘든 줄도 몰랐지
두 늙은이 남아있는 고향 땅
명절이면 올 망, 졸 망 
손 주 새끼들 
손꼽아 기다리지 
초로만 남아 지키는 고향
우리의 신토불이는 갈곳을 잃어 휘청 휘청
농자는 천하지대본이 무색한 세월이여!
끝이 안 보이는 길
흙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지불한다는 
만고의 진리도 옛 말 이든가
가격 폭락에
양파 밭을 갈아엎고 
과실이 익은 채 방치되고
무참히 퍼 붇는 장마, 태풍에
농작물은 모조리 쓸려 나가도
또 다시 
봄이 오면 모심고 밭 갈며
흙과 더불어 묵묵히 살아간다네.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힘든 일 마다하시지 않고
고향을 지키시는 어르신 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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