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가는 산 언덕길
봄인가 싶더니 또 다시 도돌이표
골짜기 타고 내려오는 산내리 바람이 날을 세웠다
바쁜 숨을 몰아쉬는 발걸음 따라 심박동수가 심하게 뛴다
목적지에 도착 했으나
지난해 보다 개체 수가 현저히 줄었다
한 송이 씩 핀 꽃이 다섯 송이 뿐
상태도 썩 좋지는 않았지만
꼬빡 일 년을 기다려 만났으니
이마저도 감지덕지한 마음이다
돌아오는 길에 옆 계곡에서 몇 개체를 볼 수 있었지만
이 역시나 지난 봄 만 못했다
풍경사진을 찍는 것 보다
야생화를 찍는 즐거움은 베가 된다
어둠속 터널을 지나 꼬물꼬물 봄을 향한 용트림
여린 줄기 끝 꽃망울을 터트리는
그 자체가 경이롭기 때문이다
렌즈를 통해 마주하는 서로의 암묵적인 눈길
그리워 한 만큼의 무게로 인한
감사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교차되며
목울대가 아파오는 먹먹함으로 코끝이 찡할 때가 있다
사진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알았으랴
자연과의 이 애틋하고 신비로운 교감을...
Chyi Yu - Songs And Silhouet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