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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牛 선생 가라사대

by 비 사랑 2013. 9. 15.

 

전생에 핀들핀들 놀고먹었다는 거야 하여, 이생에서 등골이 휘도록 죽도록 머슴살이 하다 아니면 좁은 축사 질척질척 똥밭에 감옥살이하다 종당엔 온 몸 그 어느 하나 남김없이 가죽은 가죽대로 구두랑 가방이 되어 살점은 부위 별로 사람들의 뱃속을 채우고 뼈다귀는 뼈다귀대로 푹푹 고아 영양보충으로 누런 토종 황소는 야들야들 맛있다고 더 인기가 많아 먹거리 타령하는 사람들 잘도 찾아다니면서 먹어 치우네 그려 어디 이 뿐인 줄 알어 오만가지 한약재를 다 넣은 보약을 먹여 대길래 웬일인 고 했더니만 뿔을 갈지를 않나 나무기둥에 대고 쳐 박게 하질 않나 그러더니만 내 친구들과 쌈질을 시키더라고 이게 할 짓이여, 사람이니 이 짓 하지
우리네 네 발 달린 짐승들은 안 그려 건 그렇고, 센 놈들 다재키고 일등을 했더니 돈푼깨나 나왔는지 싱글벙글 좋아 죽어, 장하다고 쓰다듬고 호들갑 떨지만 사실 말이지 이런 호강이 얼마나 가겠어 늙고 힘 빠지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지면 먼저 간 친구들처럼 찜해먹고 구워먹고 고아먹고 볶아먹고 이 한 몸 산산이 흩어지겠지 사람들아 허투루 듣지 말고 명심 하소 빈둥빈둥대며 세월 보내다가 나 처럼 이생에 소로 태어나 요 모양 요 꼴 되지 않게 바지런히 몸 놀리고 열심히 살다 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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