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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간이역

호기심

by 비 사랑 2011. 10. 22.

 

 

참 많이도 뚫어놓았다 꾸지지 빛바랜 창호지문에 꽉 채워둔 자물통이 저 안엔 뭐가 있지? 궁금증을 유발할 만하다 같은 마음으로 들여다보았더니만 겨우 둥근 밥상 하나 있는 것을... 예전에 족두리 쓰고 시집가던 시절에 신랑각시 첫날밤이 궁금했던 짓궂은 심사들이 창호지 문을 이 손가락 뽁 저 손가락이 뽁 뚫고서는 키드득 거리며 방안 풍경을 엿보곤 했었더라지... 시집와서 들은 이야기 한 토막인즉슨 남의 말에 귀가 여린 시아버지께서 유산으로 받은 시골 땅을 팔아 싸전을 하는 사람에게 이자 돈을 놓으셨는데 처음 한두 달은 이자 받는 재미가 쏠쏠 했지만 웬 걸 종무소식에 허둥허둥 서둘러 가 보았더니 아이구 이런 창호지 문을 전부 찢어발겨 놓고는 야반도주를... 옛날엔 이사 갈 때 문 창호지를 찢어 놓고 가야 이사 가서 부자가 된다나 뭐라나 암튼 그런 풍습이 있었더라는... 세월이 엄청 흐른 뒤 서울에서 자취를 하던 아이 아빠가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 몰래 뒤를 밟아 따라가 보았더니 흑석동 달동네에서 지지리 궁상으로 살고 있었더란 거야 돈을 받기는커녕 외려 쌀이라도 팔아줘야 할 형편이었다나

창호지를 발기발기 찢어 놓고 집안을 온통 도깨비 쓸개처럼 해 놓고 가더니만...

가을이면 엄마는 뽀얀 한지를 사다 밀가루 풀을 쑤어 국화잎으로 멋을 내어 가을을 맞이하시곤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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