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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우리네 생과 다를 게 무엇이더냐

by 비 사랑 2010. 12. 13.

게적지근한 똘캉물에 내 팽개쳐 진 땡땡이 무늬 우산 하나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려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쉬운 대로 쏟아지는 비는 피할 수 있었지만 비는 멈추고 거추장스럽긴 하고 우산살이 부러져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거 가차 없이 휙~집어 던졌을 게 분명하다 한때는 상점 한 곳에서 땡땡이 무늬 탱글탱글한 고운 모습으로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렸을 순간도 있었건만 키 작은 주인의 체온을 느끼며 행복했던 시절도 있었겠지만 몸 한 곳이 성치 않다는 이유로 버림을 받은 우산의 운명이 아니, 우산 하나 만에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네가 함께 하는 모든 사물들이 필요에 의해 동거를 하다 불필요로 인해 어느 날엔가는 버림을 받고 만다 그 것이 어찌 사물뿐이겠는가 우리네 생도 나이에 숫자를 하나 둘 보태 가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해 자의 건 타의 건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격리되어 노인 요양원이란 시설로 보내지지 않던가 효의 본질도 시대 따라 변질을 요하는 거 꼭 함께 가 아닌 서로에게 어떤 방법이 좋은 길인가를 모색하며 살아야겠다, 란 생각이 미치며 싸늘한 겨울 날씨 만큼이나 가슴이 시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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