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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詩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by 비 사랑 2013. 9. 21.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유승희 칠흑 같은 어둠이 까맣게 내려앉는 꺼멍 밤 동글동글 달빛 차르르 쏟아지면 그 옛날 꼬맹일 적 엄마가 가꾸신 예쁜 꽃동산 채송화,백일홍,맨드라미,봉선화,한련화 졸망졸망 고것들 납작 엎드려 소록소록 잠든 위로 달빛 차란차란 춤추는 평화로운 모습 볼 수 있으면 좋을 뒤란이 있는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땡글땡글 볕 뜨거운 날 억새 발 하나 걸어놓고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팔죽선 하나에 뒷동산 골짜기 바람 가슴팍 시원하니 긴긴 여름 너끈히 보낼 수 있는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안개 비 부슬부슬 내리면 축축한 구들 메적지근 불 지피고 우거지 삶은 듯 떱떠름한 녹차 홀짝이며 뽀얀 안개 감실감실 산허리 감고 도는 멋들어진 정경에 그럴 듯한 시 한편 건져 올릴 수 있는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뭐니뭐니해두 나 늙어 당신이랑 턱 낮은 뒷문이 있는 그런 집에서 살았음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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