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산골에 함평 이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집이 무척이나 가난해, 나무를 해서 팔아 겨우 연명하였습니다. 하루는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노라니까, 커다란 노루 한마리가 달려와, 그가 해놓은 나무더미 속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그러자 조금 후에 포수가 헐레벌떡 뛰어와, 노루 한 마리가 도망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다고 했지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노루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듯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의 옷자락을 물고 자꾸 끌었습니다. 이상한 일도 다 있다 싶어 그가 따라 가니까, 산중턱에 이르러 노루는 멈춰서서 한 자리를 앞발로 치다가는 드러눕는 시늉을 해보이는게 아닌가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그는 마침내 그 뜻을 짐작했습니다 "아, 이 자리가 명당이라는 뜻이구나." 그는 그곳에 표시를 해 두었다가 부모가 돌아가시자, 그 자리에 묘를 썼습니다. 과연 그후로 그의 자손들이 번창했음은 물론이요, 그 가문에서 많은 공신이 나왔습니다.